사실 '내'몸을 이루는 세포의 90%는 인간 세포가 아니다. 나머지 90%는 우리 몸 안팎에 사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의 세포로서 일반적으로는 미생물군유전체(microbiome)로 불린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9p.)
초식동물이 먹는 식물은 혹위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이것이 다시 초식동물을 먹여 살리는 구조가 된다. 풀 위주의 먹이는 섬유소를 소화하는 박테리아를 선택하고, 곡물 위주의 사료는 녹말을 소화하는 박테리아를 선택한다. 이차화합물이 풍부한 먹이를 먹는 초식동물은 미생물 덕분에 할로제톤 같은 독성 식물을 많이 먹어도 괜찮다. 먹이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장 속에서 번식하는 미생물의 종수도 많아진다.
사람의 음식 취향과 장내 미생물의 종류 그리고 다양한 음식을 선호하는 장내 미생물의 취향 사이에도 비슷한 선순환의 고리가 존재한다. 미생물은 신경과 신경전달물질, 펩타이드(짧은 사슬 아미노산)를 통해 뇌로 피드백을 보낸다.
영양상태가 부적절해지면 동물(사람 포함)은 낯선 것을 먹어본다. 익숙한 음식을 피하고 새로운 음식에서 만족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필요한 영양소가 채워지면 결핍으로 인한 갈망이나 과잉으로 인한 불안이 누그러진다. 영양 상태가 적절하면 새로운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 조심스러워진다. 익숙한 음식에서 만족을 찾고 새로운 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은 영양소 섭취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으므로 끼니마다 모든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양의 비밀 115-117p.)
이 책을 통해 식습관과 영양보충제에 대해 재고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몸이 주는 피드백에 따라 음식을 섭취해보고 있는 중인데 내 몸에 대해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정말 신기했던 경험은 며칠 동안 (심지어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던) 미나리가 너무 먹고 싶어서 결국 사려고 마트의 야채 코너에 갔다. 진열된 야채를 하나하나 훑어보며 미나리를 찾는데 없는 것이었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샐러리가 먹고 싶어 진 것이다. 평소에 먹지도 않던, 심지어 싫어하는 부류에 속한 샐러리라 의아했지만 그냥 속는 셈 치고 사 왔다. 씻어서 먹는데 맛있는 게 아닌가. '이게 왜 맛있지?'하고 의아해하면서 우적우적 먹다가 우연히 샐러리를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는데 미나리과인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한두 줄기 먹고 나니 충족된 느낌이 들었고 그 후로는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양의 비밀이라는 이 책은 작가의 일생의 연구가 담겨 있는 책으로 동물들을 통해 배우는 건강한 식습관은 무엇인지와 그 자연스러운 배움을 우리가 어떻게 잃어버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부작용들(질병, 비만 등)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철학까지도 배울 수 있다.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식습관 이외에도 도움이 될 다방면의 지식과 통찰이 담겨 있으니 기회가 되면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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